책 이야기
우리는 고백할 뿐이다.
가면대공
2016. 12. 26. 12:03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창작과비평.
아마 우리는 고백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러니 기록한다.
이 소설의 요점은 대략 이러하다. 세상에 고백이 아닌 소설이 있을까 싶다만, 술을 마시면서 하는 고백은 그 무게가 기화되는 알코올처럼 가볍지만, 그 냄새처럼 알싸한 맛이 있어 결코 지나칠 수가 없다. 그게 선이든 악이든, 술로써 우리는 가벼워지고, 독해진다. 그리고 내뱉는다. 나 안의 나를.
이 소설집은 그러한 소설들의 묶음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태생저 한계를 지적할밖에. 고백을 할 수밖에 없기에 지나치게 고백적이다. 우리는 소설을 탐구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이 내뱉는 고백들을 읽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단지 그것뿐이고,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의 고백을 들어주는 것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참으로 술에 가깝다. 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좋아하게 되는 종류의 소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