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들었던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때는 여름이었다. 좋은 작품은 읽을 때 좋다고 생각되나요?그 질문을 한 이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았던 탓에, 이 질문이 함정인지 잠깐 고민했다.우리는 크지 않은 중소출판사라, 적게는 한 해에 수개에서 많게는 이십여 개의 작품이 투고된다. 모두가 자신의 시간을 깎아내며 만든 글들이고, 우리 쪽에서 거절한 글이 다른 출판사에서 게재된 것도 보았다. 좋은 작품은… 네, 좋다고 느껴집니다. 그때는 작품 자체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마지막 마침표른 마저 읽고, 책을 덮어 책상에 올려두었을 때, 뇌를 감싸는, 솜처럼 부드럽고 구름처럼 뭉개뭉개한 어떤 기분이 올라와서 마음을 충만하게 합니다. 그건 분명 좋은 작품입니다. 마츠모토 타이요, 동경 일일, 이주향 옮김, 문학..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창작과비평. 아마 우리는 고백할 수밖에 없을 터, 그러니 기록한다.이 소설의 요점은 대략 이러하다. 세상에 고백이 아닌 소설이 있을까 싶다만, 술을 마시면서 하는 고백은 그 무게가 기화되는 알코올처럼 가볍지만, 그 냄새처럼 알싸한 맛이 있어 결코 지나칠 수가 없다. 그게 선이든 악이든, 술로써 우리는 가벼워지고, 독해진다. 그리고 내뱉는다. 나 안의 나를.이 소설집은 그러한 소설들의 묶음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태생저 한계를 지적할밖에. 고백을 할 수밖에 없기에 지나치게 고백적이다. 우리는 소설을 탐구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이 내뱉는 고백들을 읽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단지 그것뿐이고,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의 고백을 들어주는 것 이외에 우리가..
1.금남로가 뿜어내는 '절대공동체'의 자장. 나 역시 그것에 동의한다. 광주에는 그런 못된 게 나오는 틈이 있다. 직업적 특성 때문에 5.18관련 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그것들만 보면 아까운 눈물들이 눈가에서 머뭇거리다가 눈치를 보며 볼 위로 뛰어내리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이 얘기했던 공동체의 이야기나, 내 스스로가 5.18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구 묘역에 갔을 때 집에 가지 않고 아직도 그곳에 누워 있는 이들을 볼 때의 그 감정은 내 것이 분명 아니다. 그건 금남로의 것이고, 광주의 것이다. 그리고 내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가져가는 눈물의 주인이다.2. 문예사조사 수업은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다. 당시 K(K는 내게 현대문학을 가르친 교수님이다)는 통통했다. 겨울을..
『흰』, 한강 소설, 난다(문학동네 임프린트), 정가 11,500. 개천절이 포함되어 있는 주말을 이용해 책을 읽는다. 이런 책인 줄 알았다면, 사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았다.난 한강 작가의 소설집이나 장편소설을 더 좋아하는 까닭에, 이런 욕심 넘치는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최근 태어난 내 조카 때문에, 이 책 안에 있는 글들은 내게 더 친밀하게 다가왔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아쉬워진 듯하다. '나'라는 존재가 태어나기 앞서, 태어났으나 이어가지 못한 두 존재가 있었고, 아마 그것이 희고, 사라졌으나 사라지지 않고, 태어났으나 더렵혀질 일이 없어,제발 살아라- 라는 간절한 바람 속에서 죽어간 '흰' 어떤 것. 흔히 혼백이라 불리는 것 중 '백'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내용 자체는 별 게 ..
오래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다. 다만 시간이 좀 지난 탓에 할인된 책을 구하려고 했지만, 광주 알라딘 중고 서점에는 할인된 책이 없었다. 아니 이상하게도, 광주에는 박민규의 '헌' 책이 귀하다. 좋은 일이다. 최근에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일이 생겨 크레마 카르타를 구입한 후,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를 다 읽었다. 눈에 띄는 대사들이 있었고, 눈을 감아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눈이 머뭇거리다가 다시 돌아가고 결국은 있어야만 했던 자리로 가야만 했던, 그런, 이야기들도 있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라고 해야 할까. 밀레니엄의 추억이 돋는 그 시절까지의 기록이었고, 눈부심 속에서 먼지처럼 흩날리다가 결국 바닥이나, 책상 위나, 창문 틀이나, 빈 의..
이수진 장편소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처음 1장을 읽는 데에는 상당히 불편했다. 나쁜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주인공의 찌질함이 정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냥 별로 읽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는 생각에 몇 장을 읽다가 덮어 버릴 정도였다. 이건 좋은 의미로, 주인공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잘 나타냈다고 할 수도 있다. 그 불편함이 내게도 전달되었을 정도니까. 김중혁 작가를 얘기하고 싶다. 김중혁 작가라면 이런 류의 소설을 재미있게 잘 썼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김중혁에게 어울린다. 이 소설의 중점은 안티 버틀러다. 다름이 아니라 차이, 그 차이로 인해 이미지화된 우월성을 얻음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사람들을 '안티'하자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후반부에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서 나온..
첫 번째, 보르헤스의 단편집 중 하나. 『픽션들』 무지 불편했던 책. 각주가 달리는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 책은, 저자의 방대한 상상력 덕분에 실존하지 않은 인물들을 실존한 것처럼 꾸민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직접 달아 놓은 각주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단 각주도 있다. 내가 읽은 것은 구판 『픽션들』.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사고로 죽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천을 받았다. 내게 이 '작가'를 추천한 이는 이 사람의 번역이 괜찮다고 했다. 보르헤스의 다음 단편집이 또 있는데, 그건 언제 읽을지 알 수 없다. 책에 대한 그 외의 느낌은, 방대한 정보 때문에 복잡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작가가 움베르토 에코와 같은 작가들을 양산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지는 확실히 알았다. 두 번째..
내 머릿속의 김중혁 작가는,음-그의 절친한 친구인 김연수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상한 소재'에서 글을 풀어나가는 사람이다. '지운다'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 긴 장편을 풀어나가는 재주는 그가 소설을 쓰는 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그런 이야기꾼이라는 의미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김중혁 장편소설문학과지성사정가 13,000원 깨알같이 자기 소설 홍보하기를 좋아하고, 그 버릇(?) 탓에 홍보 영상이나 홍보 그림 또한 자신이 직접 그리는 재주꾼이자, 책에 하는 사인 또한 거울에 비친 것처럼 반대로 하는 작가, 그가 김중혁이다.글쎄, 뭘 얘기해야 할까. 장편 소설은 단편과 달리 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해도 이것저것 첨가하는 게 많아 글을 풀어나갈 설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해설을 하고자 하려는 의도가 이 글..
박솔뫼 - 겨울의 눈빛 1.K시라는 도시를 언급한다. 태어나서 3년 전까지 K시에서 살았다는 건 그곳에 그녀의 정체성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 그렇게 이해된다. 그런데 '3년 전'이라는 표현은 지금은 자신이 거기에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요즘은 그게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그저 그곳을 떠났고, 그곳에 다시 돌아가야 할, 딱히 어떤 이유가 없다면 그저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그런 도시라는 의미다.요즘 세대에게는 사실 고향이라는 존재가 그리 작용하고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난 세대들. 이런 세대들의 고향은 도시이며, 시골 농촌을 고향으로 가진 자들의 그리움(향수)를 공감하지 못한다. 그런 세대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는 국내의 어떤 특정 도시가 아닌 국가를 지칭한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애플워치4
- 미니벨로 메디슨피콜로
- 매빅에어
- 소아암패치
- 인쇄불량
- 빚가람전망대
- 아이폰11
- 사자비rg
- 게이트론
- 드론
- 메가미디바이스
- 접이식 미니벨로
- 오버더호라이즌
- 우리은비
- 올모 색상
- 조선대학교 장미공원 매빅에어
- 스카이콕핏
- 알파스캔 모니터
- 보조책상
- 518기념공원
- 이어폰 블루투스 삼지아이티 피스넷
- CK87
- 아수라닌자
- 전동스쿠터 #머큐리 #14인치 #모든모터스 #출퇴근용
- 푸에블로
- 빈치하다
- 네고퓨어글래스
- 사야이
- 매빅에어 #배터리 #이슈 #저전력 #추락
- 소피의세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